쉽게 풀어쓰는 공인중개사 민법 -'신의성실의 원칙'

1. 신의성실의 원칙 (신의칙, 성실의칙) 이란 무엇일까요?

가. 핵심 개념:

신의성실의 원칙(信義誠實의 原則)은 법률관계 당사자는 상대방의 이익을 배려하며 신의를 가지고 성실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민법의 최고 원칙 중 하나입니다. 쉽게 말해, 법적인 관계에서는 서로를 믿고 정직하게, 그리고 배려하며 행동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 신의 (信義 - Trust, Good Faith): 서로 믿고 신뢰하는 마음, 배신하지 않는 믿음.
• 성실 (誠實 - Sincerity, Good Faith): 진실하고 정직하게 행동하는 태도,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자세.

나. 민법 제2조 제1항:

민법 제2조 제1항은 신의성실의 원칙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2조 (신의성실) ①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하게 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권리 행사뿐만 아니라 의무 이행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적용된다는 것을 명시합니다. 즉, 권리를 행사할 때도 함부로 남에게 피해를 주거나 악용하지 않고, 의무를 이행할 때도 성실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다. 법의 일반 원칙: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뿐만 아니라 사법(私法) 전반, 더 나아가 법 전체를 관통하는 법의 일반 원칙으로 기능합니다. 구체적인 법 조항이 없을 때, 혹은 법 조항 해석에 어려움이 있을 때 신의성실의 원칙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됩니다. 마치 법의 '만능키'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2. 신의성실의 원칙의 구체적인 내용 (파생 원칙들)

신의성실의 원칙은 추상적인 원칙이지만, 실제 법률 관계에서는 다양한 모습으로 구체화되어 나타납니다. 주요 파생 원칙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가. 금반언의 원칙 (禁反言의 原則 - Principle of Estoppel):

 ☞의미: 앞선 자신의 행동이나 말과 모순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입니다. 상대방이 자신의 이전 행동이나 말을 신뢰하여 어떤 조치를 취했을 경우, 나중에 와서 그 신뢰를 깨는 행위를 금지하는 것입니다. '내뱉은 말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와 비슷합니다.

 ☞  예시:

• 임대차 계약 갱신 거절 후 번복: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을 거절한다고 명확히 통지했다면, 임차인은 이 말을 믿고 이사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후 임대인이 갑자기 갱신을 해주겠다고 번복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물론, 상황에 따라 예외가 있을 수 있습니다.)
• 부동산 매매 계약금 수령 후 계약 무효 주장: 매도인이 매수인으로부터 계약금을 받고 계약서까지 작성한 후, 계약 내용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계약 전체를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 내용에 정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면 예외적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나. 사정변경의 원칙 (事情變更의 原則 - Principle of Changed Circumstances):

 ☞  의미: 계약 체결 당시에는 예상하지 못했던 현저한 사정 변경이 발생하여, 계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심히 불공평하게 된 경우, 계약 내용을 수정하거나 해제할 수 있다는 원칙입니다. 급격한 경제 상황 변화, 천재지변 등이 대표적인 사정 변경의 예시입니다.

 ☞ 요건:

• 계약 성립 후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 발생
• 사정 변경으로 인해 계약 내용 유지 시 현저히 불공정한 결과 발생
• 사정 변경에 대해 당사자에게 귀책사유가 없을 것

 ☞   예시:

• 환율 급등으로 인한 수출 계약: 수출 계약 체결 후 갑자기 환율이 폭등하여, 수출업체가 계약대로 이행하면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되는 경우,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계약 내용 변경 (대금 조정 등)을 요구하거나 계약 해제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임대료 감액: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상가 임차인이 영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어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없게 된 경우, 사정변경의 원칙에 따라 임대료 감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 (權利濫用 禁止의 原則 - Prohibition of Abuse of Rights):

 ☞ 의미: 정당한 권리를 가지고 있더라도, 그 권리를 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고 손해를 입히려는 목적으로 행사하거나, 사회 질서에 위반되는 방식으로 행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원칙입니다. '칼은 사람을 지키라고 있는 것이지, 함부로 휘두르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비유와 비슷합니다.

 ☞   요건:

• 객관적으로 권리 행사의 모습 (겉으로는 정당한 권리 행사처럼 보임)
• 주관적으로 오로지 상대방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 (권리 행사의 사회적 상당성을 벗어남)

 ☞ 예시:

• 고의적인 소송 지연: 채무자가 갚을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채권자를 괴롭히기 위해 고의적으로 소송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권리남용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 경미한 계약 위반에 대해 지나치게 과도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권리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물론, 손해액 산정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 악의적인 건물 철거 소송: 오래된 건물에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즉시 건물 전체를 철거하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실제로는 건물을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하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임차인을 쫓아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권리남용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라. 그 외 파생 원칙들:

신의성실의 원칙은 다양한 법률 관계에서 다음과 같은 형태로도 나타납니다.

 ☞  계약 내용의 해석 기준: 계약 내용을 해석할 때,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추어 합리적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  계약 내용의 보충: 계약 내용에 빠진 부분이 있을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당사자의 의사를 추정하여 계약 내용을 보충할 수 있습니다.

 ☞  하자담보책임의 확대: 매매 계약에서 매도인은 매수인에게 물건에 하자가 없도록 신의성실하게 해야 할 의무를 집니다.

 

3. 신의성실의 원칙의 적용 예시

 ☞ 예시 1: 부동산 매매 계약과 신의칙

갑(매도인)은 공인중개사 을의 중개로 병(매수인)에게 아파트를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 체결 후,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자 갑은 계약을 해제하고 싶어졌습니다. 갑은 계약서의 조항 중 일부 문구를 문제 삼아 계약 전체가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 신의칙 적용 가능성: 갑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 후 변심하여 계약을 무효화하려는 시도는 신의칙에 어긋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계약 체결 경위, 계약 내용, 가격 급등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갑의 주장이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 판단할 것입니다.
• 금반언의 원칙: 만약 갑이 계약 체결 과정에서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보였다면, 나중에 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금반언의 원칙에 위배될 수 있습니다.

 ☞ 예시 2: 임대차 계약과 신의칙

임차인 A는 임대인 B에게 상가 건물을 임차하여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영업이 어려워지자, A는 B에게 임대료 감액을 요청했습니다. B는 계약서에 '임대료 감액 불가' 조항이 있다는 이유로 A의 요청을 거절했습니다.

• 사정변경의 원칙 적용 가능성: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상치 못한 사정 변경으로 인해 임차인이 막대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법원은 사정변경의 원칙을 적용하여 임대료 감액 청구를 일부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계약 내용, 팬데믹의 영향 정도, 임대인과 임차인의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합니다.
• 신의성실의 의무: 임대인 B도 임차인 A의 어려움을 어느 정도 배려하고,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가 있습니다. 계약 조항만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날 수 있습니다.

 ☞ 예시 3: 대출 계약과 신의칙

은행은 고객 C에게 주택담보대출을 해주면서, 약관에 '은행은 언제든지 자유롭게 대출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시켰습니다. C는 대출금을 성실하게 갚고 있었지만, 은행은 갑자기 약관 조항을 근거로 대출금 전액을 즉시 상환하라고 요구했습니다.

•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 적용 가능성: 은행의 행위는 권리남용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고객 C가 성실하게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한 이유 없이 약관 조항만을 내세워 갑자기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은 신의칙에 어긋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법원은 은행의 권리 행사가 사회적 상당성을 벗어났는지, 오로지 고객에게 고통을 주기 위한 목적은 아니었는지 등을 판단할 것입니다.
•  신의성실의 의무: 은행은 고객과의 장기적인 신뢰 관계를 유지하고, 고객의 이익을 합리적으로 배려해야 할 신의성실의 의무가 있습니다. 약관 조항을 악용하여 고객에게 부당한 피해를 주는 행위는 허용되지 않습니다.

4. 공인중개사 시험 대비 학습 팁

 ☞ 기본 개념 완벽 이해: 신의성실의 원칙의 의미, 민법 제2조 제1항, 파생 원칙 (금반언, 사정변경, 권리남용 금지)의 개념과 요건, 효과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사례 중심 학습: 신의성실의 원칙은 추상적인 개념이므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학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교재나 강의에서 제시하는 예시들을 꼼꼼히 살펴보세요.

 ☞  판례 학습: 신의성실의 원칙 관련 판례를 학습하여 법원의 판단 기준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권리남용, 사정변경 관련 판례를 눈여겨보세요.

 ☞ 기출 문제 분석 및 문제 풀이: 공인중개사 시험 기출 문제를 분석하고,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보면서 실전 감각을 키우세요. 특히, 사례형 문제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하셔야 합니다.

 ☞  민법 전체 맥락 속에서 이해: 신의성실의 원칙은 민법 전체를 관통하는 원칙이므로, 다른 민법 조항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계약법, 물권법, 채권법 등 다른 분야에서도 신의성실의 원칙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함께 살펴보세요.

 ☞  조문 및 핵심 용어 암기: 민법 제2조 제1항 조문을 암기하고, 신의성실의 원칙, 금반언의 원칙, 사정변경의 원칙, 권리남용 금지의 원칙 등 핵심 용어를 정확하게 암기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