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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곳 좋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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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노래로 달랜 강제이주...고려인과 웃고 운 '고려극장' 일행을 태운 차가 알마티 시내에서 북쪽으로 30분 가량을 달린다. 시내에서 꽤 먼 거리다. 고즈넉한 동네가 일행을 맞는다. 태극문양이 새겨진 간판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건물을 돌아보니 '우리의 흔적'이 곳곳이다. 마치 옛 우리네 시골집을 옮겨놓은 듯한 건물이 일행을 맞는다. 소쿠리, 지게, 각시탈 등등 한적한 시골을 찾은 듯한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역만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 자리한 '고려극장'이다. 극장 정문 앞에 러시아어로 '서울'이라고 쓴 파란색 버스도 이채롭다. 2004년 알마티를 방문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이 기증한 것이란 설명이 이어진다. 시내 중심부에서 극장까지 관객을 실어나르는 셔틀버스 역할을 한다. 고려극장 직원은 모두 96명. 이 중 절반이 배우, 가수, 무용수다. 공연은 토요..
용케 살아남은 나를 어루만지다 - 디아스포라 고려인 피로 물들었고, 참으로 값없이 죽어갔다. 80년전 러시아 연해주에서 카자흐스탄 등지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삶이 그랬다. '우리들은 짐승들을 싣는 화물열차에 실려 정든 신한촌을 떠났다. 무슨 죄로 또 어디로 가는지 알지도 못하고…. 소변을 볼 데도 없고 대변을 볼 데도 없고 세수할 데도 없는 더러운 차 속이었다. 맨바닥에 뒹굴며 한달, 두달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노인과 어린애들이 죽었는지 헤아릴 수 없었다. 자식들은 돌아가신 부모의 시신을 어느 곳인지도 알 수 없는 정거장의 철둑길 아래에 파묻었고 부모들은 죽은 자식들을 껴안고 통곡하며 뒹굴었다.' 강제 이주 당사자였던 희곡작가 연성용(1909~1995)의 기억이다. '1937년 9월25일 연해주 불리보스똑(블라디보스톡)시에서 32개의 마소를 운반하는..
디아스포라 고려인-고나의 시작 '우슈토베'를 가다 눈이 내린다. 길은 보이지 않고, 하늘과 땅이 맞닿은 광야가 끝없다. 가끔씩 등장하는 도로 이정표만이 향하는 목적지를 알려줄 뿐이다. 그마저도 낯선 나라의 언어다. 내리는 눈이 막막함과 힘겨움을 더한다. 80년 전 연해주에서 이유도 모른 채 화물열차에 실려 갔던 고려인들의 마음도 이러했을까.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북동쪽으로 330㎞가량 떨어진 우슈토베를 찾아가는 길, 발걸음이 무겁다.기억은 어느덧 80년 전 '그날'이다. 1937년 8월21일. 비극의 시작이었다. 옛 소련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한인 이주를 지시하는 비밀명령서에 서명하면서다. 당시 극동의 소련 영내에 거주하는 한인 17만여명을 한 명도 남김없이 중앙아시아로 쫓아 보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일본 정보원이 침투하는 것을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