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6일은 1년 중 299번째 날이다. 이날은 유독 우리 역사를 바꿔놓거나 바꿀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이 많은 날이다.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는 말로 더 유명한 '명량대첩'이 1597년 10월26일에 끝났다. 13대 133의 싸움, 동서고금을 통해 전무후무한 일대 혈전이다.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 수군은 13척의 배로 133척의 일본 수군을 대파했다. 아군 피해는 사망 2명 부상 3명에 불과했다. 적군은 1만2000여명 사상에 31척 격침, 92척이 대파됐다. '전세'를 바꾼, 그야말로 기적 같은 승리였다.
312년 뒤 1909년 10월26일은 조선 침략의 원흉, 초대 조선 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가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에 의해 피살됐다. 이토 히로부미는 조선에 을사늑약을 강요하고 헤이그 특사 사건을 빌미로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는 등 조선 식민지화를 주도한 원흉이다.
11년 뒤 1920년 10월26일 청산리 계곡에서 일본에 맞서 승리한 날이다. '청산리 전투'는 1920년 10월21일부터 26일까지 벌어졌다. 이 전투에서 승리는 10여년의 일제 강점 역사에 큰 타격을 가하면서 한민족에게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줬다. 이후 광복 때까지 독립군의 무장투쟁에서 승리의 표본이 됐고, 한국인의 독립 의지를 세계만방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대한민국 현대사에서도 10월26일은 굵직한 '사건'이 많다.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 의해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당한 이른바 '10·26'사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무너지고, 또 다른 군부 세력 '전두환 정권'이 수립되는 계기가 됐다. 10·26사건을 계기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고, 훗날 대통령까지 지냈던 노태우씨가 사망한 날도 아이러니하게 10월26일이다. 2021년 10월26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노태우씨가 사망했다. 그는 5·18광주민중항쟁의 가해자 중 하나로, 끝내 광주에 사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박근혜 퇴진 운동'이 시작된 날도 10월26일이다. 2016년 주요 일간지와 'JTBC'를 통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관한 기사가 대서특필되면서 박근혜 퇴진 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그해 10월26일 저녁 서울 도심에서 첫 촛불집회가 열렸다. 결국 다음 해 3월10일 헌법재판소는 대심판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사건 선고기일을 열고 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렸다.
참 '웃픈' 10월26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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