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년. 변한 건 없는데, 기억은 흐릿해진다. 그러나 이웃들의 눈물이 여전히 마르지 않은 채, 사람들의 기억을 들추게 한다. 팽목항의 '기억의 벽'이다. '기억의 벽'은 착한 이들이 오롯이 내려놓은 마음이 담긴 타일로 채워졌다. 원래 천개의 타일이 목표였다. 그러나 '2014년 4월 16일'을 잊지 않으려는 이들의 마음을 담기에는 부족했다. 자식을 먼저 보낸 유가족의 애끓는 기억에 시골 산골 아이의 소박한 기억까지 더하고 더해졌다. 그렇게 4656개의 '기억'이 모였다. 자식을 잃은 애 끊는 어미의 기억부터 가슴 한켠을 저리게 하는 착한 이들의 기억, 잊지 않겠다는 다짐의 기억까지 '기억의 벽'은 다양한 기억이 가득하다.
자식을 잃은 애 끊는 어미의 기억은 슬프다. '엄마 눈물 모아 하늘에 있는 엄마딸/ 서우마음에 닿아서/ 꿈에라도 한번 와줬으면 좋겠어/ 눈감는 그날까지 널 사랑하며 잊지 않을게.' 아빠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 '넌 나의 하나뿐인 딸/ 난 너의 하나뿐인 아빠/ 서우야 영원히 사랑해.'
먼저 간 아이에 대해 애틋함도 가득하다.
'온유야 잘 있지. 보고 싶다/ 하늘에서 동생들과/ 아파하는 사람들을 잘 지켜봐줘/ 사랑해.' 먼저 간 딸에게 전하는 엄마의 애틋한 마음이다. '내 형아가 되어주어서/ 고마워 형아/ 사랑해 조성원.' '형아'를 그리워하는 동생의 애틋함, 먹먹해지는 가슴이다.
'사랑하는 내 딸 수경아/ 너무너무 보고 싶고/ 너무너무 그립구나/ 내생에 최고의 선물 수경아'라는 부모의 마음, 또 슬프다. '사랑하는 홍승아/ 엄마 아들로 태어나줘서/ 엄마는 너무 행복했어/ 영원히 잊지 않을게'라는 약속도 마찬가지다.
긴박했던 침몰 당시의 기억도 우릴 슬프게 한다. '아들/ 살아서 갈게/ 4월16일 9시 17분/ 다급한 목소리/ 아빠/ 배가 침몰해/ 재차 묻는다/ 뭐라고/ 누워서 기다리란다/ 지금 어딘데/ 진도/ 범수 아빠.' 살아생전 아들과의 마지막 대화다.
착한 이들이 오롯이 내려놓은 마음을 헤아리고 있노라면 가슴 한켠이 저리다.
'416 그리고 엄마는 물고기가 되었습니다/ 헤엄칠 줄도 모릅니다 지느러미도 없습니다/ 다만 귓속에서 가슴에서/ 끊임없이 물살이 입니다/ 엄마가 어딜 가든/ 그곳은 엄마를 기다리던/ 아이가 있는 깊은 바다속이 됩니다.'
'엄마엄마 나 죽으면 뒷산에다 묻지마/ 아빠아빠 나 죽거든 앞산에도 묻지마/ 뒷산에도 묻지 말고 앞산에도 묻지 말고/ 마음속에 묻어줘'라는 외침, 울컥해지고 또 가슴이 먹먹하다.
아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지켜본 이들의 마음도 부모의 마음과 다르지 않다. 어느 착한 이는 '그날 끝내 또 좌초한/ 아직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딸과 함께 침몰한 그 가련한 어미의 / 슬픈 서해바다'라고 기억했다. '소가 운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자고/ 창자가 끊어지도록 운다/ 진도 바닷가/ 어미소들이 운다'는 기억도 가슴 저리다.
'기억'은 살아있는 이들의 '약속'이다. '잊지 않을게/ 너희 하나하나를/ 너희를 그리 만든/ 그 모든 이들을.'
그 '기억'의 다수는 '세월호의 참극을 절대 잊어서는 안 된다'는 모습들이다.
'잠시나마 잊어버려 죄송합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영원히 잊지 않으마' '기억해요 아무것도 못했던 그날을','잊지 말아요 세월호가 조금씩 가라앉던 그날을','잊지 겠습니다/잊을 수 없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영원히'…. 수없는 '다짐'의 '기억'들이다.
기억은 '새로운 내일'을 위한 또 다른 약속이기도 하다.
'부끄럽지 않게/ 포기하지 않는 어른이 될게'라는 굳은 약속이다. 그리고 '세상을 바꿀 어른으로 자라고 있어요'라고 답한다. '당당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는 다짐도 잊지 않는다. '심장이 뛰는 동안 잊지 않을게/ 그리고/ 이젠 움직일게'라고 약속한다. '미래의 아이들을 위해 기억하겠습니다'는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의 또 다른 표현이다.
살아있는 자들의 '기억'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다. 'Not Again'의 기억이다.
'416 다시는 이런 일이 생겨서는 절대 안 돼요'라는 마음으로, '꽃다운 아이들아/ 부정부패 부실무능/ 침몰한 대한민국/ 용서하지마/ 잊지 말자'고 외친다. '다시는 이런 아프고 슬픈 일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합니다'는 마음에서다. '잊지 않고 고민하고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세상이 변하도록'이라 다짐도 하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고도 외친다.
'진실만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리라.' '외쳐라 학살이다/ 진실을 건져라.' 그랬다. '진실', 살아있는 자들이 먼저 간 아이들을 기억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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