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쉽게 쓰이지만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단어다.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져 없어진다는 게 소멸(消滅)의 사전적 의미다. '지방소멸'은 2014년 일본의 마스다 히로야(전 일본 총무대신)가 자신의 저서 '지방소멸'이라는 책에서 처음 도입한 개념이다. 마스다는 현재 인구감소 추세대로라면 일본은 앞으로 30년 이내 고령화와 20~39세 여성 인구 감소로 대부분의 지방 사회가 사라진다고 주장해 충격을 줬다. 한국에서는 한국고용정보연구원이 2016년 '한국의 지방소멸에 관한 7가지 분석'에서 마스다의 지방소멸 지표를 빌려 '지방소멸위험지수'를 발표하면서 지방소멸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소멸위험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 수와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의 비율이다. 일반적으로 소멸위험지수 값이 1.0 이하이면 그 지역은 인구학적으로 소멸위험 단계에 진입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보다 적어지는 경우다. 만약 특정 지역의 인구구조에서 20~39세 여성 인구가 60세 이상 고령인구의 절반 미만, 다시 말해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라면 그 지역의 소멸위험은 크다고 추정한다. 2022년 3월 기준 소멸위험 지역(0.5 이하)은 전국 228개 시군구(기초지자체)의 절반에 가까운 113개(49.6%)에 달한다. 2005년에는 단 33곳에 불과했지만, 10년 후인 2015년에는 80곳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던 2020년에는 소멸위험 지역이 세 자릿수인 102곳에 이르렀고, 불과 2년이 조금 넘은 2022년 3월 시점에서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얼마 전 지방소멸과 관련해 취재했던 강진군도 소멸위험 수치는 심각하다. 2022년 3월 기준 강진 전체 인구가 3만3534명인데 65세 이상 인구가 1만2158명이다. 반면 20~39세 여성 인구는 2185명으로 강진의 지방소멸위험 지수가 0.18에 불과하다. 하지만 강진에서 만난 젊은 청년들에게는 '0.18'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강진 청년협동조합 '편들'의 청년들이다. 현실에 실망하지 않고,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강진 청년들이다. '더 젊고, 활기차고, 북적북적한 강진', 그들이 꿈꾸는 강진이기도 하다. 그들이 불어넣는 활기, 지역소멸 극복의 좋은 대안이 되리란 믿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