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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

영화 '1987'을 보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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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욱한 최루 연기, 거리에 널려있는 '짱돌'들, 각종 '찌라시'…. 거리는 늘 그런 모습이었다. 대학생이던 형의 귀가도 늦었다. 형이 집에 들어오면 어김없이 재채기를 해야 했던 그리 좋지 않은 기억이다. 어느 날은 옷에 피까지 묻어 있었고, 형 스스로도 상처를 숨긴 채 집에 돌아오기도 했다. 날마다 겪어야 했던 일상, 기억 속 1987년이다.
끝날 것 같지 않던 일상의 끝은 어느날 갑자기 찾아왔다. 점심 후 5교시, '국어Ⅱ'시간이었다. 수업을 알리는 종이 울렸는데도 선생님은 한참 뒤 모습을 보이셨다. 선생님은 환호하면 교실에 들어섰다. "됐어 됐어. 이제 우리나라 됐어"라 외쳤다. 이유는 뒤늦게 알았다. 그 시간 TV를 통해 생중계되고 있었을 게다. 그해 6월29일, 이른바 6ㆍ29선언이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던 그해 뜨거웠던 6월은 마무리됐다. 벌써 30년의 세월이다.
얼마 전 스크린 속에서 30년 전을 만났다.
영화 '1987'이다. 영화가 꽤 이슈다. 여의도 정치권도 여야 할 것 없이 영화관을 찾는단다. 관객들의 반응도 꽤 좋다. 영화는 대한민국 현대사 중 격동의 시간을 담았다. 1987년 1월 일어났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이 영화의 시작이다. 그의 죽음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서 어떻게 죽었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조사관이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어처구니없이 답변하는 모습, 시위 도중 최루탄에 맞아 숨진 '이한열 열사의 죽음', 6ㆍ10민주항쟁까지…. 새삼 다시 느끼는 격동의 순간들이다. 영화는 진실을 은폐하려는 세력에 용감하게 맞선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들의 이야기는 관객들을 웃다가, 울다가, 분노하게 한다.
영화의 끝과 함께 나온 '그날이 오면'의 배경음악도 잊히지 않는다. '그날이 오면'과 함께 이한열 열사의 사진, 87년 거리의 모습이 플래시처럼 펼쳐진다. 끝까지 가슴 먹먹하다.
역사를 알아야 하고 잊어선 안 된다, 스스로 다짐도 해본다. 마주해야 하는 진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그렇게 묵직하게 영화는 우리에게 소중한 메시지를 던진다. "우리한테 남은 마지막 무기는 진실 뿐입니다." 영화 '1987'이 우리에게 던지는 소중한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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